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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시장 예상 깨고 5명 중 2명만 교체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 LG전자가 구본준 부회장 취임일인 1일 전격적으로 단행한 본부장급 인사는 시장의 예상보다 더 신속하고 물갈이 폭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 부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애초 시장에서는 5명의 사업본부장 대부분 또는 전원이 교체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우세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적이 특히 부진했던 2명의 사업본부장을 교체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2명의 사업본부장도 회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리로 전보조치해 그동안의 공과와 업무의 연속성을 충분히 배려한 인사라는 평가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업무의 공과를 엄밀히 평가해 배려하는 'LG다운' 인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LG전자의 위기를 촉발시킨 스마트폰 분야를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안승권 사장을 좌천하지 않고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전보발령한 것은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인사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용 부회장이 LG전자 CEO의 자리에서 전격사퇴한 것도 스마트폰 대응 실패에 따른 실적악화가 결정적이었던 만큼 실무책임자인 안 사장도 이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구 부회장은 안 사장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등을 히트시키며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을 글로벌 3위까지 끌어올린 점을 평가해 전보조치하는 '배려'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롭게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를 책임지게 된 권희원 부사장과 박종석 부사장도 유사한 부서에서 관련 업무를 계속 해왔던 인물들이란 점에서도 구 부회장이 업무의 연속성을 중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LG전자의 위기로 여론이 들끓는다고 해서 전면적이고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기보다는 신중하고 안정적인 인사를 통해 조직의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향후 사업전략 실행을 위한 환경을 발 빠르게 갖춘 셈이다.
강신익 사장은 신설 조직인 글로벌마케팅 담당으로 전보돼 좌천으로 보일 수 있으나 현재 이 분야를 담당하는 외국인 부사장이 올해 말로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글로벌마케팅을 총괄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됐다.
구 부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본부장급 인사를 마무리한 만큼 조만간 다른 임원급에 대한 후속 인사도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문제가 된 조직을 정비하는 '스마트한' 인사 스타일을 보여줬다"며 "향후 경영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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