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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스토우 부인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이라는 문학작품이 미국 노예해방의 불씨가 됐듯이 '솟대문학'도 장애해방, 즉 장애로부터의 자유를 이뤄내게 하는 데 문학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국내 유일의 장애인 문예 계간지 '솟대문학'이 통권 70호를 냈다. '고작 70호'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창간호가 곧 폐간호가 되는 문예지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결간 한번 없이 꼬박 17년을 이어온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1991년 4월 '솟대문학'을 창간해 지금까지 이끌어온 방귀희 한국장애문인협회장도 25일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여러 차례 폐간 위기를 넘기며 여기까지 온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스스로도 소아마비로 인한 1급 지체장애인이면서 오랫동안 장애인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 '내일은 푸른 하늘'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방 회장은 라디오를 통해 장애인들의 강한 글 쓰기 욕구를 확인하고 '솟대문학'을 창간하게 됐다.
처음에는 지인 몇몇이 모여 시작했던 것이 17년 동안 이어지면서 문학에 관심 있는 장애인들 1천여명이 모였고, 이중 '솟대문학'을 통해 정식으로 등단한 문인도 139명에 이른다.
방 회장은 "회원 대부분이 이동이 불편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은 중증 장애인들"이라며 "글쓰기는 이들에게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솟대문학'이 70호까지 오는 데에는 도움을 준 사람도 많았다.
자금난으로 한 호, 한 호 간신히 이어가던 '솟대문학'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기업 광고가 끊기면서 통권 28호를 끝으로 폐간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때 폐간 위기에서 '솟대문학'을 구해준 사람이 바로 ㈜이야기있는외식공간의 오진권 대표다.
"어렵게 자라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잘 이해한다"는 오씨는 지인의 소개로 후원을 시작한 후 한때 개인적인 위기를 겪으면서도 10년 이상 후원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부터 함께 한 김종태 편집장과 기업 홍보실에 근무할 때 광고를 요청하러 온 방 회장과 처음 인연을 맺은 정승재 장안대 교수도 무보수로 편집에 참여하고 있다.
또 기존 문인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솟대문학'에 창간 당시부터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고, 2004년 세상을 뜨기 전에 2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던 구상 시인은 장애인 문인들에게는 늘 정신적인 지주다.
방 회장은 종이에 삐뚤삐뚤 보낸 시나 소설들이 잡지에 실린 것을 보고 행복해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얼마전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원고료를 받고 "태어나서 처음 번 돈"이라며 감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다만 물질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기존 문인과 문단의 무관심은 '솟대문학'을 지금까지 발행해오면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다.
방 회장은 "행사에 문인들을 초청하면 거의 참석하지 않고, 기존 문예지 등에서도 '솟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을 실어주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70호를 앞으로 100호, 200호로 가는 발판으로 삼고 싶다는 방 회장은 "솟대재단을 만들어 장애인 문인들에게 좀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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