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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우루루 들끓었다가도 금방 식어버리는, 유통기한 짧은 냄비근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결국 사람들의 결핍과 외로움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윤고은(28) 씨의 첫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한겨레출판 펴냄)은 이러한 가볍지 않은 작가의 문제의식을 기발한 상상력과 발랄한 문체로 녹여낸 작품이다.
5천만원 고료의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달'이 개체를 늘려간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화자는 부동산회사에서 전화로 땅을 파는 스물 다섯의 '노시보'.
소외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뉴스를 소비하던 그는 어느날 '제2의 달'이 탄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촉수를 바짝 곤두세운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두 번째 달에 흥분하는 사람은 그만이 아니어서 세상은 온통 달에 정신을 빼앗겼고, 중력을 거부하는 '무중력자'들이 여기저기서 '커밍아웃'하기 시작한다.
세 번째, 네 번째 달이 일정한 주기로 계속 생겨나는 동안 급속도로 뜨거워졌던 이 '무중력 열풍'은 그러나 곧 똑같이 빠른 속도로 식어간다.
"이슈가 되려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신문에 실려야 한다. 일주일 내내 신문 1면을 차지할 수 있다면 명예의 전당에 들어야 한다. 50일 이상 그것이 지속된다면 타임캡슐에 넣을 만한데, 아직까지 그런 사건은 없었다."(201-202쪽)
통닭 열풍이 닭갈비로, 다시 찜닭과 불닭으로 옮겨가는 것처럼 무중력 열풍이 휩쓸고 간 곳에 '무중력증후군'과 '만년필증후군'이 차례로 등장하지만 유효기간은 역시 짧다.
'노시보'처럼, 그리고 대부분의 현대인처럼 뉴스에 몰입하고, 이슈에 열광한다는 작가는 "냄비근성은 비단 한국인만의 얘기도 아니고 그냥 본능적인 우리 모습인 것 같다"며 "다만 뉴스를 소비하거나 이슈에 휩쓸리면서도 개개인이 그것을 의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달이 번식한다는 발상은 편의점에서 보름달 빵을 사다가 떠올렸다고 한다.
습관처럼 보름달 빵의 성분표를 보다가 실제 달의 성분표를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개인 홈페이지에 달의 가상 성분표를 올리면서 달이 대량 생산돼 유통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발상이 곧바로 소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가 우연히 읽게 된 '누가 달을 만들었는가'라는 책의 내용에 푹 빠져 한동안 술자리에서 달 얘기만 늘어놓던 것이 결국 달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게 했다.
윤씨는 "나중에 찾아보니 최근 달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정말 많아서, 이것도 보이지 않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슈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였다"며 "해로 바꿀까도 생각해봤다"고 농담처럼 덧붙였다.
달이든 해든 상징 자체보다는 결국 지구 사람들의 결핍과 소외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이 이 소설을 비현실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졸업 무렵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은 이후 7-8권 가량의 어린이책도 쓰고 프리랜서 사보기자로 일하기도 했던 작가는 이제 선배 소설가와 겹치는 본명 '고은주' 대신 어머니 성을 딴 필명 '윤고은'으로 첫 발을 떼게 됐다.
"마르탱 파주와 마루야마 겐지 등의 작품을 좋아해서 나도 모르게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우선 성장소설을 하나 쓰고 싶어요."
296쪽. 1만원.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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