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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운 감독 "김치 웨스턴은 콜럼버스의 달걀" |
게재일 : 2008. 07. 11 1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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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김지운(43) 감독의 영화들은 각양각색이다. 배꼽 잡을 정도로 웃기다가 오싹함을 주고, 달콤하게 흘러가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게 쓴 맛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 영화로는 드문 장르인 코믹 잔혹극 '조용한 가족'(1998)으로 주목받은 후 직장인들을 속 시원하게 웃긴 코미디 '반칙왕'(2000)으로 사랑 받았다.
우아한 공포물 '장화, 홍련'(2003)으로 성공한 뒤에는 느닷없이 한국적인 누아르 '달콤한 인생'(2005)으로 돌아왔고 이번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내놨다.
10일 오후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김지운 감독은 21세기 한국에서 웨스턴 장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걀을 깨뜨려 세우는 것은 '그걸 누가 못하느냐'고 따질 수도 있지만 '그동안 왜 안 했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는 거죠. 많은 감독들에게 웨스턴에 대한 꿈이 있을 겁니다. 나는 그냥 했을 뿐이에요. 그동안 작품 만들 때 다른 눈치를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장르,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해왔습니다."
이미 길을 닦아 둔 선배들이 김 감독에게 확신을 심어줬다. 30~40년 전 이미 국내에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존재했던 것.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1971)는 이미 알려진 대로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The Ugly)'와 함께 '놈놈놈'의 모티브가 됐다.
"'만추' 등 멜로로 유명한 이만희 감독님의 필모그래피에서 예외적인 영화가 바로 '쇠사슬을 끊어라'입니다. 일제시대가 배경인데도 애국, 애족하는 인물이 아니라 아나키스트들이 등장해요. 그게 쿨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놈놈놈'의 3명처럼요. '석양의 무법자'가 서부극을 꿈꾸게 했다면 '쇠사슬을 끊어라'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줬습니다."
화려한 액션과 규모를 보여주는 영화에 으레 따라붙는 비판은 서사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놈놈놈' 역시 공개된 후 그런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이야기가 아주 많지는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지적이 아프긴 하지만 이뤄낸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놈놈놈'은 순수하게 오락적인 것, 시청각적 쾌감을 주려고 한 영화입니다. 작은 영화에 스펙터클이 없다고 문제가 되지않는 것처럼 대형 오락영화이니 이야기가 조금 떨어져도 근본적인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놈놈놈'이 왜, 무엇을 위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주목하고 즐겨줬으면 해요."
'놈놈놈'에 따라붙는 또 하나의 지적은 제작비다. 마케팅비를 포함하면 200억원에 육박하는 제작비는 '디-워'를 제외하고는 전례 없던 수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의견과 국내 영화 산업에 떠안기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부담을 느낀다고 영화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흥행이 더 잘되는 것도 아니죠. 무엇을 더 해야 할까에 집중했습니다. 중국 촬영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손실이 나요. 영화를 본 감독들이 '싸게 잘 찍었네' 하더군요. 그 예산으로 그런 비주얼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는 걸 아는 겁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비주얼을 위해 욕심을 냈어요. 손해 보지 않을 정도로만 관객이 들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다시 웨스턴을 만들어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한때 사랑받았던 장르를 반세기 만에 복원했으니 다른 감독들이 훨씬 나은 영화를 보여줬으면 해요. 이번에 남자들의 로망, 스펙터클한 액션 등 하고싶던 것을 다 했으니 다른 것이 궁금해집니다. 궁금한 장르, 궁금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야기가 있는 작은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앞서 '이제 남은 것은 멜로 뿐'이라는 말을 했던 김 감독에게 멜로 영화를 만들 계획에 대해 묻자 "쓸쓸한 사랑 이야기의 느낌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쪽으로 이야기를 잘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면 하겠다"고 답했다.
"'놈놈놈'은 장르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는 이야기를 한 것이지만 다음에는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고 그에 걸맞은 장르를 생각해볼까 합니다. 백수 10년, 감독 10년을 했으니 이제 영화 만들기의 새로운 자세를 가질 수 있는 10년을 보내야죠."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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