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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에 필리핀 식료품가게 연 이주여성 |
게재일 : 2008. 07. 18 1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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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광주의 한 필리핀 이주여성이 고향의 식료품을 파는 구멍가게를 내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의 주택가에 있는 'Pinoy Store'에서 베벌리 카스트로(Beverly Castro.38.여)씨는 손님을 맞기 위해 가게 문을 열고 청소를 하느라 분주했다.
간판 대신 현관에 'Welcome to Pinoy Store'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는 이곳은 베벌리씨가 필리핀 이주여성 친구와 함께 한 달 전 문을 연 필리핀 식료품 가게다.
10㎡ 남짓한 작은 구멍가게인 이곳 진열대에는 필리핀에서 수입한 과자와 통조림, 토마토 소스 등 식료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냉장고에는 필리핀산 맥주와 주스 등 음료수도 진열돼 있다.
뿐만 아니라 가게 가운데에는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 있고 가게 한쪽에는 작은 주방도 마련돼 있어 이곳이 편하게 앉아 필리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임을 짐작하게 한다.
가게를 차린 이유를 묻자 베벌리씨는 "임신했을 때 필리핀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필리핀에서 온 이주여성 친구들도 비슷한 경험담을 털어놓더라"며 꽤 능숙한 한국말로 답했다.
광산구의 공단 지역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들과 이주여성들이 고향의 맛을 느끼고 싶을 때 주로 찾는 이곳은 평일에는 손님이 10명도 채 안될 때가 많지만 주말이면 20∼30명의 필리핀인들이 어김없이 모여든다.
필리핀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이곳은 이제 단순한 식료품점을 넘어 '필리핀 사람'을 뜻하는 `Pinoy'라는 가게 이름처럼 필리핀인들이 모여 이국 생활의 외로움을 서로 달래고 고단한 삶의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랑방이 됐다.
베벌리씨의 가게는 한국인 주민들에게도 알려져 필리핀 맥주 맛이 좋다며 맥주를 한두 병씩 구입해 가는 한국인들도 더러 있다.
2000년 한국인과 결혼해 광주에 왔지만 2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지금은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둘을 도맡아 기르고 있는 베벌리씨는 힘든 일상에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베벌리씨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이들이 한국에서 잘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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