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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소설 '빛' 출간한 김곰치씨 |
게재일 : 2008. 07. 25 1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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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소설가 김곰치(38) 씨가 오랜 만에 새 소설 '빛'(산지니 펴냄)을 들고 돌아왔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첫 장편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을 낸 이후 9년 만이다.
종교와 연애 이야기를 반쯤 버무린 이 소설의 출간에 맞춰 23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9개월에 걸쳐 썼지만 15년 동안 안고 있던 주제"라고 말했다.
15년 전 4대 복음을 처음 읽고 느꼈던 실체를 알 수 없는 묵직한 감동이 이 소설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빛'은 소설가인 화자 조경태가 몇 달전 두 번의 데이트 이후 연락을 끊었던 정연경과 재회해 몇 번의 만남을 가지다가 또다시 헤어지는 이야기를 긴 편지로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예쁘고 옷 잘 입고 또 '염려'라는 단어를 탁월하게 선택했던 연경에게 호감을 느꼈던 경태는 두 번째 만남에서 2년 전 기독교로 개종한 그녀의 '신앙고백'에 호감이 단숨에 식어 '바울로교'에 대한 쓴소리를 가득 쏟아낸 메일을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었던 상태였다.
그렇게 헤어진 후 연경의 느닷없는 연락으로 둘은 다시 몇 차례 만나지만 감정이 끓어올랐다가 급속도로 식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영화관을 나서며 경태가 팝콘을 들어주지 않은 일이 도화선이 돼 다시 헤어진다.
재회 이후 둘이 다시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지만 하느님과 예수에 대한 견해 차이, 정확히는 경태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바울로의 예수"가 결별의 이유였음을 경태는 깨닫는다.
작가는 "어릴 때 몇 번 교회에 갔을 때 왜 우리가 모두 죄인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후에 기독교 사상을 형성하는 데 중추적인 인물인 바울로가 살인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모든 미스터리가 풀리는 듯 했다"고 말한다.
작가가 경태의 목소리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바울로신학이 지배하는 지금의 한국 기독교적 사고에 대한 반발이고, 대신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느님'의 섭리 속에 있는 '사람 예수'에 대한 그리움이다.
연경과 헤어진 후 술을 마시던 경태가 '똥 누는 예수', '사람 예수'의 모습을 그려내며 한순간 강한 그리움을 느낀 것은 작가의 실제 경험이기도 한데, 작가는 그 짧은 순간이 너무 좋았다고 회고한다.
"나는 애잔해졌고 따스한 사랑을 느꼈다. 똥 누는 예수가 내 미래의 아기처럼 예뻐 보였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질 교류가 원활하게 되도록, 동물은 동물대로 식물은 식물대로 제 할 일을 하고, 그리고 예수 역시도 한 고귀한 생명체로서 물질 교류의 아름다운 일익을 맡아 똥 누는 일을 매일매일 성실하게 행할 뿐이었다."(326쪽)
엄밀히 '반기독교적' 소설은 아니지만 민감한 내용을 다룬 탓에 작가는 "혹시 바이러스 메일을 받아 컴퓨터 속 원고가 모두 지워지지는 않을까, 부모님이 주무시는 새벽에 협박 전화가 걸려오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웃으며 "젊은 작가가 젊은 작가답게 목소리를 냈다는 것을 알아줄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 조경태는 작가의 본명과 이름을 공유하고 있고, 작가 스스로 소설 속에서처럼 팝콘 사건을 계기 삼아 기독교도 여자와 헤어진 경험이 있는데다, 실명으로 등장하는 애완견 마롱과 정영태 시인을 비롯한 많은 등장인물들이 실제로 작가 주위에 있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조경태와 나는 많은 점이 다르다"며 "무엇보다 조경태가 사랑의 실패로 인한 분노에 가득 차 있어 인식이 제한된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소설이 9년 만이지만 그동안 작가는 신문에 인터뷰 기사를 연재하고 르포 산문집도 내면서 부지런히 글을 써왔고 무엇보다 끊임 없이 생각하면서 그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작가는 글쓰기가 직업인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 게 직업인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그는 "소설을 많이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쉼 없이 생각하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작가 생활을 했다"며 "하반기에는 인터뷰집과 르포 산문집, 친구인 손문상 화백과 함께 작업한 만화책이 출간될 예정이고 내년쯤 세 번째 장편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392쪽. 1만2천원.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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