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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수필집 낸 장기오 前 대PD |
게재일 : 2008. 07. 25 1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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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봄이면 꽃 이야기로, 가을이면 낙엽 이야기로 지면을 다 채우는 그런 수필문학은 저는 거부합니다. 인간이 없는 문학은 공허합니다. 선 굵게 살아온 인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1980년대부터 30편의 KBS 'TV문학관' 작품을 연출하며 'TV문학관' 전성시대를 열었던 장기오(62) 씨가 이제는 명실상부한 수필가로서, 시청자가 아닌 독자들을 찾아왔다.
2000년 국내 방송사상 최초로 '대PD' 칭호를 받은 후 지난 2004년 정년퇴직과 동시에 계간 '현대수필'을 통해 늦깎이 수필가로 등단한 장씨는 최근 첫 수필집 '나 또한 그대이고 싶다'(이유 펴냄)를 출간했다.
등단 이후 4년간 쓴 44편의 글을 이번 책에 묶어내면서 그는 "열다섯 살 때부터 가져온 문학의 꿈을 이제야 문단 말석에서나마 이룰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그는 젊은 시절 여러 차례 시로 신춘문예에 도전했던 문학청년이었지만 군대시절 고참의 영향으로 제대 후 우연히 PD의 길로 들어서면서 한동안 문학의 꿈을 보류해야 했다.
그러나 글 쓸 여유조차 없었던 바쁜 PD 생활 중에도 읽는 것만큼은 어느 문학가 못지 않게 열심이었다고 한다. 'TV문학관'을 연출하면서는 더욱 문학을 가까이하며 '문학사상'이나 '한국문학' 등의 문예지도 빠짐없이 구독하고 신간도 챙겨 읽었다.
그러다가 퇴직을 앞두고 다시 습작을 시작하면서 '여의도 풍경'이라는 글을 '현대수필'에 응모했는데 이것이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수필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나 또한 그대이고 싶다'에는 지독한 가난으로 10대 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던 그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와 함께 고향과 가족 이야기, 30여 년간 PD생활의 에피소드 등이 간결한 문체로 담겨있다.
3인칭 시점으로 돼 얼핏 소설처럼 보이는 글들도 있다.
"보통 수필은 신변잡기적인 내용으로 흐르기 쉬운데 수필도 인간의 이야기이고 희로애락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단순히 레토릭의 문학을 넘어서 '소설적인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시인을 꿈 꾸다가 뒤늦게 수필가로 방향을 바꿨지만, 꾸미지 않는 가장 순수한 문학 작품인 수필에 대한 애정도 깊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소설보다도 수필을 많이 읽었습니다. 이효석의 '낙엽의 태우면서',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정비석의 '산정무한' 등을 거의 달달 외우고 다녔었죠. 그런 작품들이 문학적 소양의 밑바탕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독일 방송페스티벌 후트라상, 상하이 TV페스티벌 드라마부문 대상 등 국내외 여러 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많은 애정을 쏟았던 'TV문학관'을 비롯해 TV 단막극이 최근 명맥을 잇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예전에 문학인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요새는 드라마로 담을 수 있을 만큼 내러티브에 충실한 소설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어요. 사소설 경향이 짙은 요즘 소설을 어려워하는 PD들에게도 책임이 있고, 또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배우 등 제작환경의 문제도 있죠."
한 번이라도 놓치면 흐름을 따라가기 힘든 연속극을 보는 대신 요즘에는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글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늦게 등단한 만큼 부지런히 글을 쓸 작정입니다. 1년에 10편 꼴로 작품을 쓰니까 다음 책은 일흔이 돼서야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288쪽. 1만원.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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