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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순 맞는 전해종 명예교수 |
게재일 : 2008. 08. 04 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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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1919년 8월2일 간도에서 태어난 우호(于湖) 전해종(全海宗) 서강대 명예교수는 슬하에 딸 한 명을 둔 채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부동산이라곤 이 아파트가 전부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 자신이 교편을 잡았던 곳이나 창설에 관여한 기관에는 현금을 쪼개서 장학금이나 연구기금 명목으로 기부를 했다. 1947년 이후 68년까지 교수로 봉직한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이후 85년까지 봉직한 서강대 사학과, 그리고 동양사학회에 각각 1억원씩을 낸 것이다.
이 장학금이나 연구기금에 전 교수는 '경백'이란 이름을 붙였다. 간도에서 독립운동을 벌인 조부와 부친의 이름 한 자씩을 딴 것이다.
뿐만 아니다. 며칠 뒤 구순 생일을 맞는 그는 평생 수집한 장서 대부분을 중국 저장대학에 기증했다. 이 대학에는 그의 문고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중국에서 태어난 까닭에, 그리고 역사학자로서 그의 주된 관심 연구분야가 한중문화교류사인 까닭에 중국에 기증한 것이다.
그다지 가진 재산도 없는 전 교수가 이런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할아버지, 아버지의 독립유공자 수당을 단 한 푼도 손 대지 않고 그대로 모은 것이 밑천이 되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그가 서강대 사학과에 장학금 1억원을 쾌척하던 날, 이 대학 제자들 앞에서 반농담 반진담으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내 놓으면 다른 사람들도 내 놓겠지"
하지만 그의 수제자로 스승의 뒤를 이어 서강대 사학과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한규 교수만 해도 "1천만원 정도는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직도 실천을 하지 못해 죄송스럽기만 하다"고 말한다.
제자들은 우선 장학금 출연 대신 기념논총을 스승의 구순 선물로 준비했다.
영남대 사학과 권오중 교수와 김한규 교수, 그리고 최기영 서강대 사학과 교수 등이 주축이 된 서강대 사학과 제자들이 논문 21편을 모아 '한중관계 2000년 : 동행과 공유의 역사'(소나무 펴냄)를 구순 논총집을 펴낸 것이다.
이 논총은 전 교수 생일인 내달 2일 낮 12시 서강대 동문회관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 봉정된다.
한데 이번에도 전 교수는 제자들을 부끄럽게 했다. 논총을 봉정받는 사람이 비용을 부담해야지, 손님들에게 돈을 내게 할 수 없다면서 행사 비용 일체를 본인이 부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통상 기념논총봉정식에는 참석자들이 찬조금을 내지만 전 교수는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 논총집에 수록된 글 21편은 전 교수 주전공에 맞추어 한중 교류사와 관련되는 주제로 한정했다.
논총집은 최근의 지식인 사회 세태를 반영한 모양을 취했다는 점이 또 다른 주목거리다.
자기 표절, 중복 게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번 책에 수록된 글이 언제, 어떤 매체에 먼저 발표되었는지를 철저히 밝힌 것이다. 물론 논총집에 수록된 21편 모두가 기존에 발표된 것은 아니다.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13편만 기존 논문을 재수록했다.
이렇게 되자 실로 묘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번 논총을 통해 새로운 글을 발표한 필진 절대 다수가 현재 대학 전임 연구자(즉, 교수)인데 반해, 각종 학술지를 통해 이미 발표한 글을 재수록한 필자들은 1명을 제외한 12명이 대학 강사와 같은 비(非) 전임으로 나타난 것이다.
기념논총 투고문은 학술업적으로 평가되지 않는 까닭에 그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대학 전임들은 새로운 글을 써서 낸 것이고, 학술업적이 시급한 비전임들은 논문 점수가 책정되는 학술지에 먼저 발표를 함으로써 빚어진 현상이다.
한편 구순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한 전 교수는 마지막 열정을 사기(史記) 연구에 쏟는 중이다. 동양역사학의 아버지라는 사마천의 사기 말이다.
그의 이런 연구성과는 조만간 책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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