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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더위에 팔 걷어붙인 어르신들 |
게재일 : 2008. 08. 04 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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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시골 어르신들이 복더위에 팔을 걷어 부쳤다.
평균 연령 72세, 가장 젊은 어르신이 61세라는 전남 해남 계곡면 월신마을(이장 오형수)은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진 요즘 마을 정자를 짓느라 부산하다.
마을에 주민들이 쉴만한 장소가 없어 고민하던 중 직접 지어보자는 의견이 모아져 지난 7월초 시작한 것이 이제는 제법 모습을 갖췄다.
대목장 출신인 민충기(89) 어르신과 건축일을 다년간 했던 민경수(77) 어르신의 진두지휘(?) 아래 13가구 20명의 마을 주민 모두가 나서 나무껍데기를 벗기는가 하면 나무결을 따라 대패를 미는 등 삼복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이장 오형수씨는 1일 "30년이 넘은 마을회관이 습기가 차고 헐어서 창고로 사용하면서 쉴 공간이 없는 데다 10년 전에 마을주민들이 함께 지었던 정자마저도 나무숲과 가까워 모기와 벌레 때문에 편히 쉴 수 없어 정자를 짓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은 정자를 짓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 뒷산 산주인의 동의를 얻어 소나무를 베어와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도 얹었다. 정자를 짓는 재료비는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100만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연일 폭염에도 직접 나무를 다듬던 민충기씨는 폭염을 이기지 못해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지만 정자 신축 의지만은 꺾지 못했다.
부녀회에서는 연일 식사며 새참을 준비해 기운을 북돋웠다.
민경수씨는 "힘은 부치지만 마을 주민들이 다 `울력'으로 한 손 한 손 보태니 거의 다 완성됐다"면서 "평생 남의 집만 지어주다가 마을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구석구석 우리들의 손길이 미친 정자에서 한낮 햇볕을 피할 생각을 하면 벌써 기대가 된다"는 주민들은 "이 정자는 지난 한 달 동안 추억이 쌓인 소중한 공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chog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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