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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운동 1세대 윤후정 이화학당 이사장 |
게재일 : 2008. 07. 25 15: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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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1970년대 중반 호주제 폐지 주장을 펴다가 나를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너무한다'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또 호주제 폐지론자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니 삼태기에 담아 바다에 내다버려야 한다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이화학당 윤후정(76)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호주제 폐지 관련 일화를 담담하게 소개했다. 이어 2005년 호주제 폐지 결정은 "부권(父權)이 모든 것을 갖고 부계(父系)로 이어진다는 원칙이자 기둥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1955년 이화여대를 졸업한 그는 대학원을 거쳐 1958년 모교의 교수가 된 후 1990년 총장, 1997년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고 2000년부터 이화여대 재단인 이화학당 이사장을 맡고 있다.
윤 이사장은 "호주제가 헌법의 양성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헌법재판소라는 국가 권력이 인정한 것이고 이를 폐지한 것은 막강한 부권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며 "온갖 어려움에서도 (호주제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결국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 이사장과의 문답.
--지난 60년 동안 여권 신장을 상징하는 것은 무엇이며 왜 그런가.
▲딸과 어머니를 호적에서 차별하는 호주제가 폐지된 것은 여권 신장의 상징이다. 헌법은 36조 2항에서 양성평등을 선언했는데 호주제는 성차별을 기반으로 온존했다. 남녀가 태어날 때부터 다르고 부권(父權)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그것을 다시 아들에게 물려주는 식으로 호주제는 성역할을 고정한 정신적 지주였다.
성 평등이라는 가치는 어떤 관습이나 전통, 윤리관에 의해 침해될 수 없는 천부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여권 신장을 상징한다. 성차별의 상징인 (호주제라는) 철옹성이 무너진 것이다.
--호주제 폐지 주장은 오래됐던 것인데 어려움은 없었나.
▲1975년 가족법 개정에서 호주제를 폐지하자는 의견을 펴자 친한 사람으로부터 '너무한다'는 핀잔을 들었다. 한편으로 속상했지만 각오했던 터라 크게 상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함께 일했던 이태영 변호사와 싸잡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니니 삼태기에 담아 태평양에 내다버려야 한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래도 이 변호사는 부군이 있었기에 덜 당한 것이다.
--폐지 결정에 참 감격스러웠겠다.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05년 3월2일은 역사적인 날이자 여성도 같은 인간임을 법제상 선언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남녀차별금지법' 등 입법을 주도하기도 했는데.
▲국가 차원에서 성매매를 아예 없앨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다른 국가의 경우 여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하면 성매매도 훨씬 덜하다. 여성을 인격자로 취급하지 않고 수단화 하기 때문에 성매매가 생기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남녀가 똑같은 사람이고 존엄한 인격을 가진 존재며 상호 협력자라는 인식을 갖도록 어렸을 때부터 교육하는 것이다.
특히 성매매는 성폭력과 연관이 깊은 것이고 성폭력은 개인에 대한 엄청난 인격모독이다. 미디어나 인터넷, 영화 등에서 성폭력을 (조장하지 않도록) 암시하지 않아야 한다. 근본적인 치료책은 모두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직장일에다 집안 일, 육아까지 삼중고를 치러야 하는 후배 여성들에게 조언해달라.
▲남녀는 동전의 양면이다. 배필은 생활의 동반자이자 협력자이고 서로 인격 성장을 돕는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또 여성의 생각이 성숙해야 한다. 단호하되 용기를 갖고 실천하는, 무서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설득력을 갖는다.
또 서로 깊은 애정을 갖고 어려움을 견뎌내며 서로 격려하고 처음 먹은 다짐을 북돋워 줘야 한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앞선 나라들은 직장 여성의 출산율이 오히려 높다. 가사와 육아가 여성이 몫만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해 있기 때문이다. 또 국가는 보육 및 복지 사업과 시설에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재정 투입은 경제적 손실이 아니라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180도 바꿔야 한다.
tsy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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