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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만에 연극무대 서는 나문희 |
게재일 : 2008. 08. 08 1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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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이건 연극이라기보다 딸 셋을 둔 엄마로서 내 이야기 같아요. 연습할수록 빠져들고 있고요. 말재주가 없어 표현하지 못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연기를 통해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중진 탤런트 나문희 씨가 마샤 노먼 원작의 '잘자요, 엄마'로 12년 만에 연극무대에 다시 선다. 이 작품은 1982년 미국에서 초연돼 이듬해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했다.
나씨는 "배역의 감성이나 성격이 나랑 맞아서 하기 좋고, 하면 할수록 맛이 나는 작품"이라며 "나를 많이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간질을 앓고 있는 딸 '제시'는 남편과 이혼하고 하나 밖에 없는 아들과도 연락이 끊긴 채 엄마 '델마'와 살고 있다. 어느 날 권총을 들고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제시와 딸을 설득하는 델마가 보내는 마지막 두 시간.
나씨는 델마 역에 완전히 빠져들어 연습할 때마다 많이 울게 되고 힘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정상이 아닌 딸이 죽겠다는데 엄마가 힘들지 않을 수 있겠어요. 간질병 때문에 인간쓰레기로 취급받고 이혼한 얘기도 나와요. 작가 표현대로 기가 막힌 거지."
연극에서 델마는 제시가 그 동안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는지 몰랐고 그런 소통의 부재가 제시를 죽음으로 이끈다. 나씨는 "실제로는 세 딸들과 잘 소통하는 편"이라면서도 딸들은 이 연극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보면서 딸들이 많이 울고 서러워했는데 이건 더해요. 이걸 보면 애들이 또 많이 울고 힘들 것 같고, 혹시나 자살할 마음이 생기면 어쩌나 해서…."
김혜자, 고두심, 강부자 씨 등과 함께 '한국의 어머니상'을 드러내온 연기자로 불려온 나씨는 그 말이 민망하다면서도 "내 그릇에 담는 거니까 '나문희표 엄마'라고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 출연 때문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연극을 선택한 것은 라이브 무대를 통해 연기자로서 재충전할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다.
"1996년 연출가 이윤택 씨와 '어머니'를 공연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호흡도 깊어지고.. 드라마나 영화를 하면서 좀 더 깊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컸고. 그런 마음으로 연극을 하려고 했는데 대본을 받고 보니 처음엔 너무 힘들어 못해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나 제작을 맡은 배우 조재현 씨와 함께 소극장을 찾았을 때 불안했던 마음이 편해지고 관객들과 호흡을 맞추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잘자요, 엄마'는 동숭아트센터와 조재현 씨가 기획한 '연극열전 2'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이달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공연된다.
10년 전 이 작품으로 정경순 씨와 호흡을 맞췄던 손숙 씨가 델마 역에 더블 캐스팅 됐고, 제시 역은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잘 알려진 서주희 씨와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황정민 씨가 맡았다.
6월 말부터 한 달간 호되게 연습하고 특집극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어제 다시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다.
"어젠 잘 안되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쭉 한 번 훑었는데 조금 자신감이 붙었어요. 세밀한 부분과 둘이 호흡을 맞출 때 잘 안 되는 부분만 보충하려 해요. 이 작품이 연기자로서 내게 하나의 역사가 될 것 같아요."
3만-4만원. ☎ 02-766-6007.
eoyy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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