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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현 민화협 대표의장 |
게재일 : 2008. 08. 08 1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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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당국 차원에서 남북관계가 잘 될 때는 민화협이 안 보입니다. 전등이 환할 때 촛불이 안 보이는 것처럼. 하지만 전등이 꺼지면 촛불이 잘 보입니다. 민화협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6월 통일부 고위당국자의 '사퇴 종용'을 거론하며 사의를 표명했던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복귀 이틀만인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계속 사퇴하겠다고 버티는 것도 무책임한 처신이라고 생각돼 복귀를 결심했다"며 "앞으로 민화협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화협이 내달 결성 10주년을 맞는 것과 관련, "우리는 정부와 각을 세워 투쟁하는 단체도, 정부의 심부름을 하는 단체도 아니다"며 "통일문제에 관한 국론 통합처럼 정부가 하기 힘든 영역에서, 정부 차원의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 연결고리로서, 남북관계를 잇는 역할을 10년동안 해왔다"고 자평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처럼 민간의 관계 개선이 당국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민화협은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를 통해 화해협력 분위기를 심화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대남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남북관계 경색과 관련, 그는 "당국간 관계가 항상 순풍에 돛단 것처럼 발전만 했던 건 아니다"며 "여러 번 경색이 있었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서로 해법을 찾아 나섰던 만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 과욕을 부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996년 9월 강릉에 북한 잠수함이 침투했을 때는 12월말 경색 국면이 풀릴 때까지 100일정도 걸렸고, 2002년 '서해 교전' 때는 당국간 핫라인까지 가동됐지만 상황 해소에 약 한달이 걸렸다.
그런 만큼 "당장 해결 안된다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로 가져가는 식의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정부가 최근 민간단체의 대규모 방북을 불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그는 "국민 정서상 당국이 (북한에) 할 말은 해야겠지만, 지금처럼 채널이 막힌 상황에서는 민간단체들이 방북해 (남한의) 나빠진 여론을 전달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제까지 민화협이 정부의 손만 들어줬던 것은 아니라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도 그런 얘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무조건 화해협력을 추구하자는 '남북관계 개선 만능주의자'는 아니다"고 그는 강조하고 "무조건적인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층을 최소화하고 남북관계나 대북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생긴 게 민화협인 만큼 정부에 건의할 것은 건의하고 건설적 비판이나 대안을 제시하면서 북측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상생공영'이라고 이름붙인 데 대해 '비핵.개방.3000'이라는 표현을 내세우지 않는 등 "정부가 최근 현실에 맞게, 정세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정부의 상생공영 정책이 혹시라도 기계적인 상호주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면 남북관계는 한발짝도 앞으로 못 나갈 것"이라고 그는 경계했다.
그는 현 남북관계에선 상호주의가 '비동시.비등가.비대칭'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우리가 주도하게 될 것인 만큼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경제적인 투자나 지원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1~2년 안에 가시적인 정치.군사적 신뢰나 화해협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는 "새 정부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 '존중한다고도, 부인한다고도 한 적 없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얘기함으로써 북측의 반발을 샀다"고 주장하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두 선언의 이행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은 평가할 만하며 "이렇게 조금씩 바꿔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향후 남북관계 개선책에 관한 질문에 그는 "핵심은 6.15, 10.4 선언에 대한 입장인데, 두 선언을 존중하고 그 이행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고 전향적이며 적극적으로 '통크게' 얘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의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개선 문제를 발표한 것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중시하는 '남북 기본합의서'나 6.15 및 10.4 선언이 기본으로 약속해 놓은 '내정 불간섭'을 위배한 것"이라며 "북측이 향후 대북정책과 관련해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인권문제는 원론적으로 제기는 해야 되지만 대북정책과 연계시키는 식의 표현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인권문제는 잊지는 말되 순서가 있다고 본다. 생계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부터 해결하라고 하는 건 너무 앞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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