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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민' 양기탁 선생 외손녀 |
게재일 : 2008. 08. 14 14: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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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저도 이제 외할아버지의 나라를 '우리나라'라고 불러도 되죠".
지난 13일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귀화증 수여식에서 `특별귀화증'을 받아들고 어색한 듯 수줍게 되묻는 양기탁(1871∼1938) 선생의 외손녀인 황대순(62) 씨의 눈 끝에 마침내 회한의 이슬이 맺혔다.
"어머니와 외할머니, 그리고 외할아버지가 그렇게도 그리던 나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도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황 씨는 양 선생의 딸이 낳은 딸이다. 양 선생은 1905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안창호 선생 등과 함께 신민회를 창립해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쓴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만주로 근거지를 옮긴 뒤에도 독립운동단체인 통의부를 창설하는 한편 임시정부 국무령으로 활동했으며 1935년 10월부터 2년 동안 임시정부 대표를 역임했다.
그의 공훈은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추서될 정도로 인정받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가족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양 선생의 부인 이경숙 씨 등은 1928년 일제의 핍박을 피해 당시 5살이던 딸 법정씨 등을 데리고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으로 떠났으나 살 길은 막막했다.
이집저집을 돌아다니며 품팔이를 했고 쓰레기장에서 감자 등을 주워 구워먹으며 힘겹게 3명의 딸을 먹여살렸다.
고달픈 삶은 딸들에게도 이어져 결혼한 뒤 황 씨를 비롯한 3남3녀의 자식을 뒀던 법정 씨는 날씨가 흐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날에도 밥벌이를 찾기 위해 홀로 일거리를 찾아나서야 할 정도로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한국 땅을 한번 밟아보는 게 소원"이라던 법정 씨는 바다만 건너면 올 수 있는 고국을 애타게 그리워만 하다 1999년 조국 땅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런 생활 형편에 황 씨에게도 교육을 받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황 씨는 "소학교를 마친 뒤 내 재능을 안타까이 여겼던 선생님이 집으로 세 차례나 찾아와 중학교 진학을 권고했지만 갈 수 없었다"며 "방에 누워 사흘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못 배운 것'이 한이 된 황 씨는 1남3녀의 자식을 낳은 뒤 "자식만은 제대로 가르쳐야겠다"는 일념으로 딸 1명은 대학까지 보내고 나머지 자녀는 고교까지 졸업시켰다.
이들이 한국으로 올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1995년. 막내 딸 이계화(33) 씨가 다롄(大連)시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일을 하다 현재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 씨는 그 해 한국으로 건너와 이듬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치열하게 가난과 싸우는 사이 이들에게 독립운동가 양기탁 선생이란 존재는 잊혀졌다.
이 씨는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중국인 등을 상대로 여행 가이드를 하면서 양 선생에 대해 수도 없이 설명을 했지만 처음엔 '그 분이 바로 내 증조부'라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고 전했다.
황 씨가 한국에 귀화하는 길 역시 쉽지 않았다.
황 씨는 딸의 초청으로 1997년 한국에 왔지만 호적부에 모친인 법정 씨가 양 선생의 딸로 등록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국적 획득에 실패했고, 할아버지의 조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전락했다.
이들은 결국 외숙모가 한국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양 선생의 외손녀란 사실을 인정받아 13일 마침내 할아버지 나라의 국민이 됐다.
황 씨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에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답게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jesus786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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