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필 보기]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인 신영복(67)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20년 20일 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출소와 함께 출간돼 쇄를 거듭하며 사랑받아온 옥중서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출간 20주년을 맞았다.
출소 20년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0주년, 그리고 에세이 '청구회 추억' 단행본 출간을 기념해 27일 독자들과 함께 하는 북콘서트를 가진 신 교수는 북콘서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출소 20년의 소회를 털어놨다.
"감옥에서는 그렇게 안 가던 20년이 나와보니 너무나 금방 갔다"고 웃으며 말문을 연 신 교수는 "접할 수 있던 정보가 거의 없던 옥중에서는 자기 성찰적 사고에 익숙했는데 출소 후 정보의 홍수 속에 던져져 오히려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대학원 졸업 후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강의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대전, 전주 교도소에서 20년간 복역하다가 1988년 8월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군사정권 아래 엄혹한 시절을 옥중에서 보낸 신 교수는 '87년 체제'와 함께 사회로 나와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7년 이명박 정권의 출범으로 이어진 숨가쁜 20년을 지켜봤다.
그는 "감옥에서 보낸 20년보다 87년 체제 이후 20년이 변화의 속도와 폭이 훨씬 컸던 시기"라며 "철저하지 못한 민주화의 과정과 분산된 구심체가 97년, 2007년 체제 출현에 역설적으로 유리한 환경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소 이듬해 성공회대 교수로 임용된 신 교수는 2006년 정년퇴임한 후 현재 석좌교수로 대학에 남아 학부와 대학원에서 한 과목 씩의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신 교수는 "정보홍수 속에서 혼란을 느끼던 중에 대학에서 새내기들을 늘 만나면서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사회변화들을 접할 수 있었다"며 특히 급격한 변화상 중의 하나였던 촛불집회가 "시위문화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촛불집회를 통해 얻어낸 것이 무엇이 있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운동이나 사회변화를 목적이나 성취, 달성의 측면에서만 보는 관점을 버려야한다"며 "상당히 많은 층을 망라했고 기본적으로 평화적인 축제였던 이번 촛불집회의 형태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의견을 결집하고 제시하는 방법론으로 상당한 저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취보다 민주적인 과정에 무게를 싣는 신 교수의 목소리는 분명했다.
그는 "여전히 위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하는 근대주의적 사고가 많이 남아있는데 목표나 성취보다는 과정 자체를 민주적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구심 집단이 있다면 대단한 사회적 자산이 될 것이므로 언론, 법조, 제도정치권, 종교, 대학 등이 자기 정체성에 갇혀있기 보다는 신뢰집단으로 자리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진보 세력을 향한 뼈아픈 지적에 이어 경쟁 위주의 현 정부 경제정책과 교육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신 교수는 "대기업 위주의 정책은 성장과 복지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며 "주변 집단들의 이해관계보다는 중장기적 비전에 따라 정책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체포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신 교수는 "국가보안법이 철폐되지는 않았지만 적용이 신중해졌다고 생각해왔는데 과거와 같은 잣대로 돌아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재판과정이나 사안 자체가 투명하게 공개돼 많은 사람들이 논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20년 동안 꾸준히 널리 읽힌 것은 "밖에 있는 사람도 갇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하는 신 교수는 올해까지 성공회대에서 20년을 채운 후 학교를 떠나 "감옥에서 가장 그리웠던 '일 없는 여행'을 한번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