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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 "현재 방송계에는 방송 기술의 진보로 각종 최첨단 기기와 장비를 갖추고 있으나 그 운용, 제도, 교육, 정신, 내용은 하드웨어를 좇아가지 못하는 이른바 문화지체 현상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김우룡(65)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28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정년 퇴임식의 고별강연에서 지난 40년을 돌아보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그는 1968년 MBC 개국을 앞두고 공채 1기로 입사해 16년간 PD로 일하다 1985년 학계로 옮겨 23년 넘게 방송학자의 길을 걸었다.
김 교수는 후배 PD들에게 "프로그램의 화려함에 비해 정신이 비어있다"고 일침을 가하며 PD가 갖춰야 할 필수 요소로 '혼'과 '열정'을 꼽았다.
그는 "1970년대의 방송계는 '배고픈' 곳이었지만 우리는 '문화의 중개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면서 "하지만 요즘 PD들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쏟는 열정과 혼이 부족해 보일 뿐만 아니라 스타 시스템에 안주하면서 자신이 '스타 메이커'라는 것을 잊고 스스로 스타를 꿈꾸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업(MBC), 이론과 교육(외대 및 방송학회장), 방송경영(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정책(방송위원)을 두루 경험한 김 교수는 방송계의 산 증인답게 국내 방송계의 10가지 과제와 전망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첫 과제로 공영방송의 '정체성 찾기'를 들었다.
"공영방송은 한마디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방송이자, 경제적 압력으로부터 독립된 방송입니다. 또한 국제방송과 교육방송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방송입니다. 상업방송이 하지 못하든가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제작할수록 공영방송의 존재가치는 빛납니다. 그동안 이를 외면해온 KBS는 이제부터라도 관영방송인지, 공영방송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KBS의 공영성 강화를 위해 KBS 2TV와 EBS의 기능을 서로 바꾸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KBS 2TV의 민영화와 1TV와 2TV 분리 문제가 계속 대두하고 있다"면서 "2TV는 위성과 케이블 채널을 함께 운영하는 교육방송이 되고, EBS는 SBS와 같은 종합방송으로 탈바꿈해 민영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뉴미디어가 도입되고 국민의 생활패턴이 달라진 만큼 정기적인 국민 생활시간 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0년 간 우리 사회는 크게 변했지만 저녁 7시에서 11시가 텔레비전의 프라임 타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국민 생활 시간대 (time budget)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지역간, 계층간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국민 개개인의 생활실태를 24시간의 시간 사용법이라는 측면에서 시계열적으로 파악하는 전국적 조사가 필요합니다"
이밖에 ▲방송통신위원회에 음란ㆍ폭력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여성 채용 할당제 도입 ▲송신 풀 체제 도입 ▲프로그램 심의제도 자율화 ▲표준 FM방송 등 주파수 제도 개선 ▲방송발전기금 징수 폐지 ▲지나친 편성규제 완화 등도 제안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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