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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문학은 한평생 해야하는 건데 우리나라 문인들은 그러지를 않아요. 그러면 문학이 울어요."
우리 문단의 최고 어른인 황금찬(90) 시인이 서른여섯 번째 시집 '고향의 소나무'(시학 펴냄)를 펴냈다. 한국 현대시단에서 아흔이 넘은 시인이 신작시집을 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1947년 잡지 '새사람'에 처음으로 시를 발표한 이후 60년 이상 꾸준히 시를 발표해온 시인은 "외국 시인들은 나이가 많아도 열심히 쓰는데 유독 우리나라 시인들은 칠십이 넘으면 글을 잘 안 쓴다"며 "그 '병'을 타파하려고 꾸준히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인은 1965년 첫 시집을 낸 이후 거의 1년에 한 권 꼴로 시집을 내고 있으며 틈틈이 산문집도 묶어내 지금까지 총 스물네 권의 산문집을 냈다.
이번 '고향의 소나무'에는 시인이 "누구든지 내 시를 읽으며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선하고 아름다운 시" 오십여 편이 수록돼 있다.
"소나무는 사람의 성품을 / 사람만큼 가지고 있다 / 아버지는 소나무를 / 친구 중의 친구로 / 사귀고 계셨다 // 혼자 외로우실 때 / 소나무 숲을 찾아가신다 / 작은 초막을 세우고 / 그곳에서 열흘이고 보름 / 소나무와 같이 / 생활하다 오신다"('소나무와 아버지' 중)
지난해 시인은 헝가리, 체코 등 유럽 6개국을 여행했는데 그 때의 경험 속에 먼저 간 시인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도 있다.
"다뉴브 강가에 섰다 / 그날같이 / 구름은 낮게 떠 있고 / 물새들은 구름 위를 날고 있다 / (중략) / 그중에서 문을 닫은 시인도 있습니다 / 조병화 시인 / 박태진 / 유경환 김영태 / 여러분이 가셨습니다 / 뵈었으면 기뻤을걸 / 시인들은 단명한답니다"('다뉴브 강' 중)
60년 동안 주옥 같은 시를 가열차게 내놓고 있지만 그래도 항상 더 좋은 시를 쓰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도 많다고 한다.
"굉장히 시를 잘 쓰고 싶은 데 잘 안 되는 것이 가장 안타깝죠. 얼마나 슬픈 일인지 몰라요. 요새는 매미 소리를 들으면 곧 죽을 매미의 운명을 생각해 슬퍼지기도 하다가, '나는 너처럼 자유롭게 울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우리 나이로 지난해 구순을 넘겼지만 여전히 건강해 요즘도 문화센터에 나가 시 창작 강의도 하고 혜화동 다방에 나가 글 쓰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새로 나오는 시집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좋은 시를 쓰는 후배 시인들이 많아 우리 시의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다만 이른 나이에 활동을 접는 시인들이 너무 많아 아쉽단다.
"죽는 날까지 결사적으로 시를 쓸 것"이라는 시인은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 한 권의 시집을 더 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49쪽. 1만원.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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