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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건축 홍보 나선 신응수 대목장 |
게재일 : 2008. 09. 29 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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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중요무형문화재 74호 신응수(申鷹秀.67) 대목장은 그 자신을 "쓸개 빠진 놈"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실제 그는 담석 때문에 쓸개를 떼어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수술을 하기 전까지 그는 병원에서 갖가지 곡절을 겪었다. 의료진으로부터 멀쩡한데 왜 병원에 왔느냐는 핀잔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고통을 견디지 못해 세 번째로 같은 병원을 찾아가 애걸하다시피 해서 정밀 진단을 받고 담석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강릉에서 공사하다가 오른쪽 어깨를 심하게 다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저명하다는 정형외과 의사를 찾았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때를 신 대목장은 이렇게 회상했다.
"병원에 들어가니 벽면에 무슨 무슨 대학 졸업장이 잔뜩 걸려있더군요. 그걸 보고는 내가 병원을 잘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한데 이 의사가 하는 일이 가관이었습니다. 하다못해 가슴에 청진기라도 대는 시늉이라도 해야 환자가 안심할 터인데, X-레이 사진 두 장만 달랑 걸어놓고 보여주고는 아무 이상 없다면서 집에 보내더군요. 그래도 어깨를 도통 움직일 수 없어 다른 병원에 갔더니, 거기에선 팔로 줄을 잡아당기는 운동을 하라고 하더군요."
그의 부상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고통을 참지 못해 또다른 병원에 갔더니 인대가 끊어졌다는 판정을 내렸다.
신 대목장은 담석과 어깨 부상의 두 가지 예화를 들려주면서 이를 전통건축물을 만드는 자신의 철학으로 연결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다시금 나 자신을 다잡고는 제자들에게 거듭 당부했습니다. 앞으로 신응수 이름을 내걸고 하는 모든 전통건축은 절대 대강대강 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1941년 충북 청원 출생인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서 17살에 일자리를 찾아 상경해 사촌형을 따라 건축현장에서 일하다가 대목장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후 대목장 이광규와 그의 스승이기도 한 도편수 조원재를 직접 사사하면서 전통건축에 뛰어든 그는 1962년 서울 숭례문 복원 이후 현재의 광화문 복원공사에 이르기까지 각종 굵직한 전통건축 현장을 지키고 있다. 1985년 창경궁 문정전과 정전, 그리고 회랑 중건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궁궐 건축의 총지휘자이기도 하다. 특히 1991년에 대단원의 막을 올리고 내년에 완성을 볼 경복궁 중건 사업의 건축 부문 설계자이기도 하다.
이런 대형 공사가 대체로 정부 발주 형태이며, 그 자신 국가가 지정한 중요무형문화재인 까닭에 이런 자신의 처지를 신 대목장은 "국록을 받으며 일하는 궁궐 도편수"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를 향한 찬사만큼이나 질시나 비판 또한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자전적 에세이집 '천년 궁궐을 짓는다'(김영사 펴냄)의 개정판을 지난해 연말에 내면서 신 대목장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론매체에 내 손재주가 과장되게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고 분에 넘치는 과한 찬사와 때로는 오해와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꿋꿋하게 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내가 이 시대 유일의 궁궐 도편수라는 자긍심 때문이었다."
이런 그가 그 자신이 도편수로 중건을 지휘한 경복궁 흥례문 회랑에서 전통건축이 무엇인지를 실증하는 전시회를 연다. 신 대목장 개인은 물론이고, 한국 대목장을 통틀어 처음인 개인 '작품' 전시회가 된다.
'광화문 제모습 찾기' 일환으로 다음달 2-31일 계속될 이번 전시회에는 신 대목장이 중건이나 신축 등에 참여한 경복궁 근정전과 흥례문을 비롯한 전통건축물 12점 모형과 각종 건축 실물 부재 20여 점이 선을 뵌다.
모형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이 얼마나 많은 정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일인지를 광화문으로써 예를 든다. 그에 의하면 올해 1월에 시작한 광화문 모형 작업은 9월 말 현재 2층을 올리는 중이며 이에 들어간 돈만 약 1억원을 헤아린다.
전시부재 중 가장 무거운 것은 무게 3.5t에 달한다.
이들 건축 모형 혹은 부재는 모두 국산 춘양목, 일명 금강송이라 일컫는 최상급 소나무다. 전통건축 홍보를 위해 전시기간에는 광화문 모형을 조립, 해체하는 작업을 주 2회 시연할 계획이다.
더불어 전통연장과 건축도구도 내놓기로 했다. 전통건축 부재는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하고, 지원자에 한해 대패질도 하게 할 계획이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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