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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한어 연구' 출간 도수희 교수 |
게재일 : 2008. 09. 19 14: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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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국어사 전공인 도수희(都守熙.74) 충남대 명예교수는 대체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걸었다.
일찌감치 투신한 '백제어 연구'는 1987년 첫 권을 시작으로 2000년 전 4권으로 일단 완성을 보았다가 이후에도 이를 보강한 연구성과를 논문과 단행본 형태로 내놓고 있다.
지명 연구에도 뛰어들어 지난 97년에는 한국지명학회를 창립하고 그 초대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3년 출간한 단행본 '한국의 지명'은 그 성과를 집약한 것이다.
그의 탐구가 최근에는 신라, 고구려, 백제의 기초가 되는 삼한(三韓) 시대로 시ㆍ공간을 확장했다. 그의 근간 '삼한어 연구'(제이앤씨 펴냄)는 마한(馬韓)ㆍ진한(辰韓)ㆍ변한(弁韓)의 어휘 흔적을 추적한 성과물이다.
하지만 그 자신도 고백하듯이 백제어는 물론이고 삼한시대 어휘 또한 남은 자료라고 해 봐야 얼마 되지 않는 사람 이름, 관직 이름, 지명, 나라 이름 등이 전부다.
물론 가야를 포함한 사국(四國)시대 초창기 또한 삼한시대 후기와 겹치기는 하지만 이 무렵 자료를 포함시킨다 해도 사정이 그리 나아지지는 않는다.
이런 현실을 도 교수는 "원거리 사격을 하는 사격수"에 비유한다.
그럼에도 포기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누군가는 연구의 물꼬를 터야 한다.
"어느 분야에서나 개척자는 항상 외롭다. 주변에 참고할 만한 선행 연구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의 시초이기 때문에 호평보다 오히려 혹평의 표적이 될 가능성만 다분할 뿐이다"는 심정을 도 교수는 토로한다.
이번 '삼한어 연구'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삼국시대 초창기에 더러 보이는 관직 '대보'(大輔) '좌보'(左輔) '우보'(右輔)만 해도 도 교수는 '보'(輔)를 고유 한국어로 보아, '울보' '먹보'라고 할 때의 '보'와 계통을 같이 하는 말로 간주했으나, 수긍이 매우 어려운 주장이다. 그보다는 순수 한자어 표기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할 듯하다.
하지만 눈여겨 볼 만한 주장이나 추정이 훨씬 더 많다.
예컨대 도 교수는 고량부리(古良夫里)나 소부리(所夫里), 모량부리(毛良夫里) 등과 같이 마한과 그에서 일어난 백제계 지명이나 국명 표기 끝에 자주 보이는 '~부리'(夫里)라는 말이 그 이전에는 '~비리'(卑離)라는 형식으로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학계에서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이 '발견'을 계기로 도 교수 개인적으로는 마한어 및 삼한어 연구에 매달리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왕을 지칭하는 신라어가 거서간(居西干)에서 차차웅(次次雄), 이사금(尼師今), 마립간(麻立干) 등으로 변천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중 도 교수는 시조 박혁거세 단 1명에 대해서만 사용한 거서간을 '거서+간'으로 풀면서, 이 중 거서는 '가사'이며, 그 의미는 '첫째, 처음'이라고 추정했다. '갓 태어나다', '갓 출발하다'고 할 때 '갓'과 계통을 같이 하는 말로 본 것이다.
그러면서 도 교수는 "거서가 첫째, 처음의 의미였기 때문에 제2대 이후의 다른 왕은 그렇게 부를 수 없었던 것이다. 시조는 오직 1인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2대 남해왕의 위호(位號)는 차차웅(次次雄)이었다"고 주장한다. 혁거세 아들로 신라 2대왕인 남해(南解)를 부를 때 사용한 차차웅이라는 말을 '다음 차웅(次雄)'이라고 풀어본 셈이다.
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도 교수는 삼한시대 신하 중 가장 높은 관직인 '건길지'(건<革+建>吉支)의 '길지'(吉支), 고구려 초기에 보이는 관직인 '고추가'(古鄒加)의 '고추' 또한 '거서'와 계통을 같이 하는 말로 추정했다.
비록 삼한시대는 아니지만 통일신라 말 해상을 주름잡은 장보고(張保皐)에 대한 이름 분석도 흥미롭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그의 처음 이름은 궁복(弓福). 원래 성이 없던 그는 중국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성과 이름을 아울러 받게 되었는데 '弓'이 들어간 성씨 중 장(張)을 골랐고, 보고(保皐)는 궁복의 '福'을 두 음절로 풀어서 만든 이름을 삼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 교수는 "어느 분야의 개척적인 연구든 어찌 단박에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제 막 기단을 놓았으니 그 이상의 탑을 쌓아가는 몫은 동료나 후학들에게 물려준다"고 말했다. 346쪽. 2만원.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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