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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오셨다면 독도 들고 가세요" |
게재일 : 2008. 09. 19 14: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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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방 안에 200여 개의 독도를 빼곡히 쌓아 놓고 있는 화백이 있다.
그는 소년소녀가장과 양로원 어르신들께 독도 그림을 나눠주며 선행을 해온 현봉(玄峰) 정수정(53) 화백.
방안 가득 채우고 있는 독도 그림은 오는 25일 열릴 대구국제육상대회에 참가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주기 위해 그려 놓은 것.
20여년 전 대구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어릴 적 꿈을 살려 전업 화가로 나선 이후 일본의 계속된 독도 도발을 보다 못해 6년 전 부터는 독도 그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독도 화백'이 됐다.
"내 욕심 다 차리고 나면 나눠줄 것이 없어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입으며 그림을 그려 선물한다"는 정 화백은 지난 2006년에도 대구.경북지역 소년소녀가장 860여명에게 일일이 찾아다니며 독도 그림을 선물했다.
'올빼미 형'이라 밤새 작업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하루에 그릴 수 있는 독도 그림은 고작 7~8개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정 화백은 그림 기증을 계획할 때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1년 씩 작업실에 틀어박혀야 한다.
그런 그가 이번 국제육상대회를 맞아 외국 선수들에게 나눠줄 독도 그림에는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그의 강한 바람이 담겨있다.
"우리나라에서만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할 게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그는 이번 행사를 위해 얼마 전 독도의 일출 모습까지 직접 눈에 담아왔다.
동해바다에 뜨는 태양과 독도는 항상 그대로지만 독도를 볼 때의 감동은 나날이 커져 간다는 정 화백은 "이 작은 독도 그림 덕에 외국 선수들이 인터넷 검색이라도 한 번 하고 그들 집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넉넉하진 않지만 그림을 팔아 생활비와 재료비를 마련하면서도 항상 즐겁게 독도를 그리던 그도 행사장 등에서 무료로 나눠준 그림이 부채나 돗자리처럼 쓰이고 있는 것을 볼 때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독도 그림이 받는 사람들에게 돗자리 정도의 의미밖에 안된다면 독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린 그림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한 점을 주더라도 받는 사람이 독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액자까지 만들어주고픈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그는 힘주어 이야기했다.
개인 전시회도 갖고 싶지만 독도 그리기에 빠져 계획이 자연스레 미뤄진다는 정 화백은 언젠가 독도 그림으로 경북도 순회 전시회를 하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이 그림을 나눠주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도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독도 사랑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그는 그림을 받고 독도에 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될 외국인 선수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연방 웃음을 지었다.
cin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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