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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이어온 '장갑 작가' 정경연 |
게재일 : 2008. 10. 02 17: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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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작업할 때 손 보호용으로 끼고 사용하라며 어머니가 보내준 한 박스의 장갑이 계기가 됐어요"
작고한 어머니 얘기를 꺼내는 작가 정경연(53.홍익대 섬유예술학과 교수)의 눈가가 흐릿해진다.
미국 유학 시절인 30년전 섬유 미술을 전공하던 그는 장갑을 보내준 어머니의 정성을 떠올리며 처음 장갑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장갑을 소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장갑 작가'로 많이 알려져있다.
귀국후 그가 장갑 작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인 1981년 전시는 공예처럼 응용미술의 범주로 치부돼온 섬유미술을 순수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한 전시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그가 수십, 수백장을 쌓고 붙여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장갑들은 언뜻보면 노동자의 손을 떠올리게 하는 목장갑이지만 사실은 주문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일반 목장갑은 실밥이 튿어져있는 경우도 있고 해서 작품 제작에 적합하지 않고 작품별로 장갑의 크기나 모양에 변형을 주는 만큼 주문 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의 작업 소재와 모티브는 장갑이지만 그의 작품에서 장갑만이 전부는 물론 아니다. 섬유, 회화, 조각, 비디오설치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어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장갑을 평면에 가득 붙인 것처럼 보이는 1994년작 '무제'는 본을 떠 종이로 만든 작품이고 백남준을 기려 만든 장갑 설치작품인 '하모니' 시리즈에서는 비디오아트를 끌어안았으며 신작 '블랙홀'에는 렌티큘라를 동원했다.
또 실험적인 판화 작업도 벌여왔다.
"제 판화는 판화를 찍은 뒤 다시 색을 칠하거나 여러 가지 변화를 줘 일반 판화와는 달리 유일한 작품이 됩니다"
그의 작업 30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서초동 세오갤러리에서 2-30일 열린다. 30년간의 작업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다.
"그러나 회고전은 아니다"라고 작가는 쑥스러워했다.
ev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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