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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행궁 '그림판' 제작 3인방 |
게재일 : 2008. 10. 15 14: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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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지난 9일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행궁 앞 광장이 조성돼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이 광장은 200여 년전 조선 정조시대 화성행궁의 정문 신풍루 앞에 있던 옛 마당을 수원시가 현대적인 형태로 새롭게 조성한 것이다.
광장에 들어서면 시멘트를 대신해 바닥을 장식한 대형 도자그림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0-30㎝×30㎝ 크기의 도자판 5만개로 서장대성조도(西將臺城操圖), 봉수당진찬도(奉壽堂進饌圖), 화성낙성연도(華城落成宴圖), 신풍루사미도(新豊樓賜米圖), 정조대왕능행차반차도(正祖大王華城幸行班次圖) 등 화성과 관련된 5개의 옛 그림을 재현했다.
채색벽화를 밟고 서 있는 느낌을 주는 이 도자그림판은 도예작가 김구한(61), 정세훈(50) 씨 그리고 수원시 학예연구사 김준혁(42) 씨 등 세 사람의 열정이 결합해 탄생했다.
이 작품에는 100명이 넘는 작가가 동원돼 6개월간 흙판 제작, 밑그림, 조각, 채색, 가마작업 등 여러 공정을 거쳐야 했다.
5㎝ 두께의 흙판을 속성 건조시켜 섭씨 1천250도로 구워내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한 개의 작은 흙판이 잘못되면 주변의 흙판 여러 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다.
김 학예사는 "기존의 광장 바닥은 돌을 깔든가 시멘트를 발라주면 그만이었다. 그 것은 환경성이나 예술성이 없는, 죽어있는 넓은 공간일뿐이었다. 그래서 궁리 끝에 화성의 역사성에 공공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광장바닥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화성 연구서를 여러 권을 펴내고 화성 복원에 자문역을 하고 있는 김 학예사는 스스로 "화성과 정조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번 작업에서 김 학예사가 기획자라면 김구한 씨는 제작자이다.
서울 음대를 중퇴하고 미대에 재입학했던 그는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 씨와 대학동기로 마당극을 탄생시킨 주역 중 한 명이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가 일본에서 10년을 보내야 했다.
일본에서 축적한 경험으로 2002년 일본 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에서 흙을 구워 만든 세라믹 하우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고 2005년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같은 형태의 '즈엄집'을 제작해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이번 작품에는 정조의 효와 여민사상, 실사구시 정신이 배어 있어 요즘 사람들이 이를 되새겨 볼만하다"며 "작업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도예작가이면서 도예조형물 제작기업을 운영하는 정세훈 씨는 작업을 총괄하는 프로듀서 역할을 했다다.
정 씨는 "6개월간 대학강사급 작가 100여명이 동원됐고 그 중 4개월은 밤낮없이 작업했기에 진정한 장인인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미술사적으로 조선 말엽의 문화 르네상스를 재현하고 공공미술에 일조했다고 생각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kt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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