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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로 돌아온 입양아 존 위드먼 |
게재일 : 2008. 10. 17 1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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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어렸을 적 기억은 거의 없어요. 그러나 한번 버려졌던 경험 탓인지 통제하려는 욕구가 크고 제 작품에 그런 영향이 있죠"
청담동 갤러리엠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 존 위드먼(36)씨의 얼굴은 버터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영락없는 한국 토종이다. 그러나 그의 국적은 미국이다.
한국 나이로는 8살때인 1979년 아버지의 손에 의해 복지시설에 맡겨져 그곳에서 3개월가량 지낸뒤 변호사인 현재의 미국인 어머니에게 입양됐기 때문이다.
29년만에 돌아온 한국에 대한 기억은 도시 외곽의 복지시설에서 유일한 장난감이었던 잠자리를 실에 묶어 놀았던 기억 정도라고 한다. 무슨 아픈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에게는 낳아준 부모나 모국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의 양모는 입양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미혼인 이른바 '싱글맘'이다.
"제 어머니가 저를 입양한 다음해에 결혼한 사람만 입양할 수 있도록 미국의 법이 바뀌었답니다. 어머니 얘기로는 입양 당시 저는 상처 받은 모습은 없었고 강단이 있었다고 해요."
정체성을 묻자 "여러 가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다니던 공립학교의 다수였던 흑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흑인 문화를 그대로 따라했고 사립학교로 옮긴 뒤에는 백인 학생들의 문화에 맞게 생활하면서 형성된 정체성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의 성장배경이 영향을 미친 작품들은 세부적인 묘사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는 1년6개월가량 간디, 레닌, 이소룡, 마르크스, 앤디워홀, 채플린, 안소니 퀸 등 20세기의 유명인물들을 표지로 그린 헌 책 100여권을 모아 표지속 인물들의 시선에 맞춰 책들을 배열한뒤 8개월에 걸쳐 그린 '얼굴들', 책을 쌓아 옆면을 그린 '페이지들', 헌책에 남겨진 낙서 등 부분들을 수백배 확대해 그린 그림 등 '기한만료' 시리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오랜 시간을 거쳐 퇴색한 종이의 지질까지 묘사한 작품들은 극사실이지만 추상화 같은 느낌도 준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지 않고 확실히 통제돼야 한다는 압박감이 세부적인 묘사를 낳는 것 같아요. 휙휙 지나쳐만 가는 현대인들이 제 작품을 통해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그는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자신보다 나이는 훨씬 많지만 당시 이곳에서 유학했던 작가 서도호(46) 얘기가 나왔다.
"서도호 씨는 그때 군대 인식표를 갖고 작품을 만들었는데 정말 스마트한 작가예요"
현재는 뉴욕을 근거지로 삼고 있지만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는 백인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4살, 8개월짜리 아들 딸과 함께 살면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생활 탓에 다른 한국 작가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다고 한다.
29년만의 모국 방문 기간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코엑스와 어린이용 시설 등을 둘러봤고 주말 출국전에 경복궁도 가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3번째 개인전이다. 2004년 뉴욕의 자크퓨어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데 이어 2006년 도쿄의 갤러리 소라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20여일전에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으로부터 드로잉 3점을 사겠다는 연락도 받았다고 한다.
생부와 생모를 찾을 의사는 없을까.
"미국에 있는 한국계 입양인들 중에는 커서 부모를 찾으려는 분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아요. 하지만 저는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있는 그대로 흘러가게 하고 싶어요"
전시는 11월15일까지다. ☎02-544-8145
ev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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