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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나물국밥집 '현대옥' 접는 양옥련 할머니 |
게재일 : 2008. 11. 28 1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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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자식 떼어놓고 가는 어미 심정이 이럴까요?"
독특한 맛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던 전주의 명물 '현대옥 콩나물국밥집'을 30년간 운영했던 양옥련(68) 할머니는 "손님들을 그냥 되돌아가게 할 수 없어서 젊었을 때는 설과 추석 날 빼고는 하루도 문을 닫지 않았는데 영영 이 일을 못하게 된다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양 할머니와 콩나물국밥의 인연은 40년 전인 196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술 좋아하던 남편의 속을 풀어주려고 콩나물국밥을 끓이기 시작했다가 "장사해도 되겠다"는 주위의 말에 덜컥 일을 저질렀다.
몸이 아픈 남편과 4명의 어린 자식을 키우려고 전주시내를 전전하며 콩나물국밥을 말기 10여 년. 세월이 깊이 만큼이나 양 할머니의 콩나물국밥의 맛도 깊이를 더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 만의 맛을 완성하게 됐다.
드디어 양 할머니는 1979년 전주 남부시장의 좁은 골목길에 서너 평 남짓한 가게를 얻어 '현대옥'이라는 간판을 내걸었고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술꾼들 사이에 "현대옥 국밥을 먹으면 속이 확 풀린다"는 말이 나돌면서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했다.
양 할머니는 현대옥 콩나물국밥의 맛을 "뭐 특별할 것이 있겠느냐"면서 "굳이 따지면 '기성복'이 아니라 손님 취향에 맞춰 만드는 '맞춤옷'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님 입맛에 따라 즉석에서 10여 가지의 서로 다른 맛이 나는 콩나물국밥을 식탁에 올린다. 손님에 따라 고추, 마늘, 파, 새우젓, 후추 등의 양념 양이 제각각이다.
양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과 인정이 함께 상에 오르는 콩나물국밥 맛이 전북도내는 물론 서울이나 부산 등 전국의 미식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대옥은 전국적인 명물이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손님들에 대한 깊은 정성이다.
"시내로 나가 음식점을 크게 해보라"는 권유를 숱하게 받았지만 "그러면 제대로 된 맞춤형 국밥을 어떻게 만들겠느냐, 돈 몇 푼 더 벌자고 손님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다"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그는 "국밥을 먹고 '이제야 속이 풀어진다'는 손님들 얘기를 들을 때가 가장 기분 좋다"며 "돈은 자식들 가르치고 나 먹고살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잠깐을 앉아있을 시간 없이 40여 년간 종종걸음을 치다 보니 몇 걸음 떼기도 어려울 만큼 무릎이 망가져 버렸고 더는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할머니는 "매일 같이 새벽 5시부터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해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남편 병시중이며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다 보면 하루 2-3시간 자기도 어려웠다"고 고단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국밥과 함께 했던 40년 세월동안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은 만큼 마음만은 즐거웠다"며 "손님들에게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doin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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