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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줌마 수다에 빠진 美작가 윌 컨 |
게재일 : 2008. 11. 28 1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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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내달 1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하는 '엄마열전'은 한국 아줌마들의 유쾌한 수다를 담은 연극이다.
민씨 집안의 며느리 네 명이 큰 집 앞마당에 모여 김장을 하며 가족과 시어머니에 얽힌 '뒷담화'를 한바탕 풀어놓는다.
극단 차이무가 선보이는 이 작품을 쓴 작가는 파란 눈의 미국인 윌 컨이다. 미국 시카고에서 극작가로 활동했던 그는 2006년부터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면서 숙명여대 영어교사심화연수프로그램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효창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한국에 아예 눌러 살게 됐다.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만난 그는 '일건'이라는 한국 이름이 적힌 명함을 건네며 제2의 고향이 된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일본에서 영어 교사로 머물렀던 1989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지만 그때는 이태원에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채 돌아갔어요. 그 뒤 몇 차례 한국을 더 들르면서 한국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죠. 6년 전 재미교포인 한국인 여자친구와 교제하면서부터 한국 문화에 대해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고, 한-영 어휘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면서 "2006년 한국에 들어온 것도 이 사이트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시카고에서 9년간 극작가로 활동했던 그는 1996년까지 네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지만 이후 극작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해 왔다.
10여년 전 극작을 그만뒀던 그가 한국에서 다시 극을 쓰게 된 것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한 여성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2006년 채팅 사이트에서 한 여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린 시절 손에 심한 화상을 입었는데 할머니께서 '여자아이가 무슨 수술'이냐며 반대해 손을 못 쓰게 될 뻔 했대요. 그런데 어머니가 할머니 몰래 자신을 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죠"
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그는 한국 여성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한국 여성들을 직접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찜질방에서 아줌마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성매매 여성 보호 기관을 찾아 그들의 애환을 듣기도 했다. 친분 있는 교수를 통해 대학생들로부터 이야기를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2년간 곳곳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수많은 한국 여성들의 실제 이야기가 작품 속에 녹아 들어있다.
그는 한국 여성을 사나우면서도 보호 기질을 지닌 호랑이에 비유하면서 "작품을 통해 한국 여성들의 강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어제목을 'Mothers and Tigers'라고 지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또 "한국 여성들은 뛰어난 이야기꾼이지만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는 것 같다"면서 "이 희곡이 한국여성들을 고무시켜 그들의 진실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첫 작품을 선보이는 그는 한국 작품을 미국에 소개하기 위한 번역 작업도 하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는 이미 번역을 마쳤고,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현재 번역 중이다.
그는 "'엄마열전'에 이어 다음에는 범죄 스토리를 극으로 만들어 한국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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